치과공포증 극복기 > 치료후기

이제 겨우 세번 진료를 받았고 앞으로도 긴 치료기간이 남아있어서 좀 이르다 싶은감이 있지만 저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계신분께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이글을 씁니다.

1. 치과 공포증
    부끄럽게도 나이 60이 넘도록 극복하지 못한 문제입니다. 어렸을때 치과치료로 고생한 기억때문인지 치과에 대한 공포감과 거부감이 아주 심한 상태여서 치과 치료라고는 도저히 받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가 되어서야 할 수 없이 가는 편이라 근 10여년을 치과 문턱도 넘지 못한 정도였지요. 치과를 한번 가려면 수없이 미루고 미루며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가는데, 막상 가서도 제대로 치료를 받기가 어려운 정도였어요. 치과에 가면 극도의 긴장때문에 온몸이 경직되고, 숨이 가빠지고,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화장실을 가야하는 정도였으니까요. 평소에도 치과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질만큼 심각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진료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치과를 제외한 나머지 정기 검진,  놓치거나 미루지 않고 꼬박꼬박 받고, 남들이 힘들어 하는 내시경이나 다른 검사들 다 잘받고, 통증 같은것도 잘 참아내는 타입인데 유독 치과에만 그런 공포감이 심했거든요.

2. 치과의 선택
    오래전에 해넣은 금니쪽이 시리고 아프기 시작하자 이제 가지 않으면 안될거란걸 알고 고민 많이 했죠. 막상 가기는 겁나고 주저되니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해 봤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었어요.
사실 비전문가가 전문적인 영역을 평가하고 판단하는게 불가능한 일인데다가 인터넷의 수많은 후기들도 거의다 주관적인 느낌을 기술한 것들이라 객관적인 판단이나 결정에 도움이 되기는 어려웠죠.
코랄치과는 예전에 이전하기전 집 바로앞에 있었기에 알고는 있었지만 방문한적은 없었어요. 후기들을 보니 "친절하고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것 같다"라는 점은 짐작이 가능하다 싶어서 최소한 그만큼만 되어도 안갈수 없는 처지에선 괜찮다 싶었어요.

3. 첫번째 방문
    정말 어려웠습니다. Phobia임을 실감했죠. ㅎㅎㅎ 새해 첫날 오전에 가려고 작정했지만 마음속엔 어떤 핑게로 미룰까하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첫날이니 사람이 많을거야 하는 생각을 억지로 해서 하루를 미루고, 다음날 오전도 미루다가 오후에야 할수없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기분으로 치과를 찾았습니다. 접수를 할때부터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받았지만 너무 긴장한탓에 정신이 없었어요. 사진과 엑스레이를 찍고 원장님께 진단을 받았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훨씬 심각했습니다. 두개는 임플란트 시술이 불가피하고 두개는 충치치료를 해야했지만 잇몸의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방치하면 이를 모두 뽑아야 할 정도라고 하셨죠. 최우선 과제라고 하시더군요. 죽었다 싶었습니다. 긴시간 상담을 하면서 치료의 대상과 범위 개략적인 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제 심각한 공포증도 설명 드리고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4. 코랄치과의 친절
    후기에서 읽은대로 모든분들이 정말 친절했어요. 하지만 긴 상담시간과 이후의 치료과정에서 제가느낀 코랄치과의 친절함은 좀 특별한 부분이 있었어요
    1) 친절 시스템 : 개인의 친절함은 그사람의 성격이나 개성 및 특성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첫날 대한 모든사람들에게서 느낀 친절은 시스템 자체가 친절 시스템으로 되어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분들이 친절한 경청과 응대를 할수 있도록 잘 트레이닝 되어 있다는것을 쉽게 알 수 있었어요
    2) 단호함이 있는 친절 : 20여년쯤 전에 미국의 치과에 가서 너무 친절한 병원을 보고 부럽고 좋았지만 환자의 얘기를 너무 잘 들어주다보니 "이렇게 해도 되는건가?"하는 느낌을 받은적이 있었습니다. 상담 과정에서 환자의 얘기를 잘 들어 주셨지만 해야만 하는것, 하지 않아야 하는것에 대한 단호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것을 완화시킬수 있는 보조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결정 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다움이 있었습니다.  예를들어 제 공포감과 거부감이 가장 심한때는 스케일링을 할때여서 첫날은 생소함에서 오는 공포감의 가중을 피하고 싶어서 발치등 다른치료를 하고 두번째 진료에서 스케일링을 하자고 제안 했었는데,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감염의 확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적인 설명과 함께 공포감을 완화 시키는 보조적인 방법들을 제안하셨어요. 정신과에 의뢰해서 신경안정제 처방을 받을수 있다. 가장 스킬이 뛰어난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최대한 자극을 줄일수 있도록 할수 있다, "가글마취"라는 보조적인 수단을 통해서 예민한 감각을 일부분 둔화시킬수 있다는 방법들이요.. -> 프로답다는 느낌이 들었고 신뢰감이 생겼습니다.
    3) 치료 과정에서의 친절한 설명 : 치료의 전과정에서 지금은 어떤 치료를 하고 있고 진도는 이만큼에 와있다는 설명을 빠지지 않고 친절하게 해 주셨어요.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던 제게는 아주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떤 고통이나 불편함이 있을지를 미리 예상하게 해주고, 얼마나 버티면 될지에 대한 인지는 공포감을 줄이고 치료과정을 견디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친절함은 긴장감을 누그러뜨렸고, 과정에서 생긴 신뢰감은 어려운 과정을 견디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어요. 이것들을 통해서 긴시간의 스케일링, 잇몸치료, 발치의 과정을 예상보다 훨씬 수월하게 마칠수 있었어요.
    또하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점은 치료의 적절성 입니다. 사실 비전문가가 전문가의 수준이나 능력을 판단하는것은 불가능한 일이지요. 하지만, 그걸 간접적으로 짐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예상과 계획을 미리 듣고 진행과정에서 그것들이 어떻게 지켜지는지를 보고 확인하는 것이지요. 저는 이 과정에서 모든것을 파악하지는 못했을지는 몰라도 치료와 처치의 적절성에 대해 충분히 신뢰할 수 있었습니다.

4. 공포감의 극복
    아직 완전히 극복했다고 단언할 자신은 없습니다. 아직도 이를갈때 느껴지는 시림과 찌릿함은 생각만 해도 몸을 움찔하게 만듭니다. 즐겁게 치과문을 들어 갈 정도도 물론 아니구요. 하지만, 두번째, 세번째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미루고 싶거나 피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열번 이상의 치료가 필요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남은 치료도 그렇게 받을것 같습니다. 또, 이 치료가 다 끝나면 내년부터는 다른과와 같이 치과도 정기검진을 받고 스케일링을 하게 될거라는걸 알수 있어요.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극복이 이루어졌다고 믿습니다.

    친절함은 공포감을 가진 환자의 문을 여는 첫번째 키인것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저의경우 친절한 설명과 치료과정의 세부단계에서의 설명과 예고를 통해서 저스스로 경직된 부분을 풀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과정들 속에서 생긴 신뢰감으로 막연한 공포감을 극복했다고 생각합니다.

    장황하게 쓴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분이라도 저와 같은 공포감을 가지신분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